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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독고현연이         작성일 2025-10-15         조회수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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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기자]
지난 10일 저녁 10시께였다. 추석 연휴가 끝난 금요일 저녁, 도로에는 여전히 차량들이 많았다. 야간 근무를 위해 출근하면서부터 뭔가 신고가 많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사무실에 출근했다. 아니나 다를까 싶었다. 주간 근무자들과 교대하고부터 신고가 이어졌다. 교통사고 신고 처리를 하고 지구대로 복귀하고 있었다. 순찰차 안에 '코드 0' 신고 알림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화재 신고였다.

lh국민임대아파트 현장은 오래된 빌라촌이다. 골목은 바둑판처럼 얽혀 있고, 전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좁은 골목이다. 신고 내용을 확인하면서 119에 접수된 신고 내용을 들으며 출동했다. 경찰에 직접 신고하지 않고 119로 바로 신고해도 실시간으로 경찰과 공유된다. 화재 신고의 경우 그래서 경찰도 동시에 출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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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차 타는 냄새가 난다는 오래된 빌라촌 신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차들


카드연체기준 ⓒ 박승일




옥상에서 피어오른 연기

신고자의 집 주변에 도착해 순찰차의 창문을 내리고 천천히 주행했다. 뭔가 미묘하게 타는 냄새가 났다. 소방관들과 골목을 나눠 수색해 보기로 했다. 원거리 손전등 거치 상환 불빛이 벽면을 훑을 때마다 그림자가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그렇게 연기가 나는 곳을 찾았다. 함께 출동한 후배는 5층짜리 빌라를 단숨에 오르내렸다.
10여 분 뒤, 무전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옥상 쪽에서 연기 확인."
냄새의 원인이 된 장소를 찾았다는 것이다. 현장으로 급하게 뛰어갔다. 5층짜리 빌 육아비법 라의 옥상이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주변에는 화분과 나무들이 꽤 많았다. 제법 큰 나무도 여러 그루 있었다. 옥상에서 키우고 있는 나무들이었다. 한쪽에는 타다 남은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숯불 그릴에 놓여있었다. 그것이 주범이었다.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나뭇잎이라 냄새가 더욱 진동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선생님, 옥상에서 나뭇잎을 태우시면 어떡합니까?""죄송합니다. 이렇게 냄새가 심하게 날 줄 몰랐습니다."
"주거지에서 쓰레기를 태우시면 안 됩니다.""바쁘신 분들에게 이렇게 민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경찰관이나 소방관은 당연히 할 일이지만 주민 분들이 많이 놀랐습니다.""진짜 죄송합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몰랐습니다."
60대 후반의 남성은 여러 번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얼굴엔 미안함과 놀람이 뒤섞여 있었다. 가족들도 뒤늦게 나와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함께 출동한 소방대원들과 눈을 마주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불길은 번지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집주인에게 강력하게 경고하고 내려왔다. 경찰서 상황실에도 현장 사진을 보낸 뒤 상세하게 무전을 쳤다. 신고자에게도 상세한 설명을 해주며 안심시켰다. 그렇게 화재 신고는 일단락됐다.
폐기물관리법과 각 지방자치 단체의 폐기물관리 조례에 따르면 허가나 신고된 시설이 아닌 장소에서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과태료의 행정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소 수십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까지의 과태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집안에서 쓰레기를 소각해 이웃에게 악취나 연기, 건강 피해를 주면 민사상 손해배상을 부담할 수도 있다. 생활환경 침해에 대한 행정적 제재 대상이 되거나 고의나 중과실로 중대한 피해를 일으키면 형사 책임까지 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 쓰레기는 반드시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리거나 대형폐기물 신고해서 구청에서 수거하도록 해야 한다.
가끔 도로변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을 치우는 환경미화원을 보곤 한다. 그분들이 모아둔 낙엽을 유심히 봤다. 그 많은 낙엽도 모두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는다. 물론 별도의 공공용 쓰레기 봉투를 사용한다. 집안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행위는 개인의 편의로 끝나지 않고 이웃의 건강과 공공 환경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다. 소각하지 말고 올바른 폐기나 배출 방법을 지켜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가을에 접어들었다. 개인이 키우는 나무에서 잎들도 말라 떨어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불법 소각 행위가 늘 수 있다. 그런데 작은 실수가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실수로 화재를 내더라도 실화죄의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틀 후, 감사 쪽지를 받다

그 후 이틀이 지나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쪽지 한 장이 포스트잇과 함께 놓여있었다. 화재 신고 때 놀라서 나왔던 집주인의 20대 딸이 지구대를 찾아왔다가 직접 만나지 못해 남겨둔 쪽지였다.










▲ 지구대에 남기고 간 쪽지 화재 신고 현장에서 만났던 집주인의 20대 여성이 남긴 글


ⓒ 박승일




"지난 밤, 옥상에서 나뭇가지를 태우다 연기가 많이 나게 해서 화재 신고로 헛걸음하시게 해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렇게 주위에 폐가 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절 연휴 기간, 늦은 시간임에도 빠르게 출동해 친절히 대응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늘 안전히 지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고를 잊지 않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쪽지를 읽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밤새 긴장 속에서 보낸 시간이 한순간에 따뜻하게 녹아내렸다. 사소한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가 남긴 짧은 문장 속에는 반성과 감사가 함께 담겨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런 순간이 있기에 나는 경찰이라는 직업에 만족하는 듯하다.

가을은 낙엽이 쌓이고 불빛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동시에 작은 불씨 하나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는 위험한 계절이다. '조금만 태우면 되겠지' 하는 안일함은 순식간에 골목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불은 편리함의 상징이지만, 한 번 방향을 잃으면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생활 쓰레기 소각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무책임한 불법이 될 수도 있다. 냄새와 연기는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이웃의 건강과 삶의 질을 해친다. 쓰레기를 태우지 않는 것, 그것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서로의 안전을 지키는 약속이다. 작은 실천이 큰 화재를 막고, 이웃의 평안을 지켜준다.
불은 따뜻함만 지닌 것이 아니다. 가끔은 우리의 평범한 삶을 위협할 수 있다. 방심하지 않는 경계 속에서만 안전이 유지된다. '조금만 태우자'가 '큰 불길이 될 수 있다'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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