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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산업재해와의 전쟁'에 나선 정부가 내년까지 근로감독관을 1300명 증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노동자 100만명당 산재 감독 및 예방 인력이 미국의 7.7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단순한 숫자 늘리기보다 전문성과 효율성 제고가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뉴시스가 확보한 정진우 나티시스은행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산재관리 행정인력은 총 3090명이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관수 890명과 산하 안전보건공단 직원(연구원 제외) 2200명을 합친 숫자다.
이를 지난해 기준 노동자 수(약 2100만명)으로 나누면 노동자 100만명당 약 147.1명의 산재 인력이 근무 확정일자 신청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과 비교할 때 7.7배 많은 규모다. 2022년 12월 기준 미국의 연방 및 주 정부의 산업안전보건청(OSHA) 감독관 수와 기술전문가 수는 총 2819명이다. 미국 노동자 약 1억4800만명과 비교하면 노동자 100만명당 19.0명이다.
일본은 100만명당 약 26.7명이었고, 영국은 70. 현대캐피탈양재 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보다 산재 사망이 적은 나라들이다.
특히 영국의 경우 산업안전보건청(HSE)의 업무 관할범위가 원자력안전과 광산안전까지 포괄하고 우리나라 대비 영국의 노동자 수가 1.5배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산재관련 인력이 현저히 많다는 게 정 교수의 지적이다.
그동안 근로감독관 증 경기도국민주택 원은 꼭 풀어야 하는 과제로 여겨졌다. 산업안전뿐 아니라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이 매해 늘고, 최근 정부가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존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내부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증원을 반기는 분위기다.
일선 지청에 근무하는 근로감독관 A씨는 "업무량 자체가 늘 박해수 어나니 증원하는 것이 맞다. 계획대로 증원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기존 인력으로는 종합 대책을 실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 시스템 내에서 무작정 채용만 늘리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직 근로감독관 B씨는 "문재인 정부 때도 근로감독관을 대폭 늘렸는데, 당시 모 지청의 한 과 절반이 신규로 채워진 적이 있다"며 "경력자가 신규감독관을 지도하면서 자신의 사건도 처리해야 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고 휴직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B씨는 "증원은 필요하지만, 주먹구구식이 아닌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승진 적체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감독관 기피 현상도 변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9급 공채 국가직 일반행정 합격자 348명 중 155명, 지역구분모집 합격자 184명 중 77명 등 총 249명을 노동부에 배치했다.
이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직무 교육에 들어갔지만, 이미 이 중 61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노동부는 "지방직 합격 등의 사유로 임용을 포기했다"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노동부에 배치된 9명 중 1명만이 1년 내 퇴직하고 2023년에는 1명도 퇴직하지 않은 것과 비교할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B씨는 "예전엔 네이버 지식인 판례를 들이밀면서 '나는 왜 안 되느냐'고 따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챗지피티(ChatGPT)로 물어봐서 다르게 대답하면 난리가 난다고 하더라"며 "신규 직원들은 그런 민원인 상대 자체가 엄청 고난이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22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건설공사 현장을 사전 예고 없이 방문, 건설노동자들의 안전실태를 불시 점검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2025.07.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노동부에서 20여년간 정책 실무를 담당했던 정진우 교수 역시 이번 증원이 자칫 '포퓰리즘'으로 귀결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그는 "연금까지 포함하면 공무원 1명을 채용하는 데 30억이 들어가는데, 기존 인력을 전문화하고 효율화 할 생각은 안 하고 무책임하게 단순 인력을 늘리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영국에 비해 산재가 높기 때문에 감독관을 증원해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미국, 일본, 영국은 (산재 위험이 높은) 제조업 비중이 컸을 때도 감독 인력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고 했다.
정 교수는 ▲전문 인력 채용 ▲전문 교육 강화 ▲경력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그는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이 생겨야 하는데 현재의 행정구조로는 그런 게 생길 수가 없다"며 "잠깐 있다가 힘들면 다른 데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굉장히 많다. 이건 공무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준비가 된 사람이 감독관을 맡고, 이들이 산업안전감독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하며 미국이나 영국처럼 전문 교육기관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는 "올해는 교육과정, 교육인원을 대폭 확충하고 교육내용도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사사례 교육, 실습교육 등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라며 "법무연수원과 협력해 특별사법경찰관과 수사실무과정 등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고, 내년에는 감독관 교육 프로그램을 전면, 대폭 개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행정직 중 노동부에 배치된 9급 공무원 합격자들에 대해서는 "근로감독 업무가 아닌 비감독부서 등에 배치할 예정"이라며 "원활한 인력 충원과 승진적체 해소 등 체계적 인사관리를 위해 직급별 정원의 균형적 확보, 내부 승진 검토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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