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가 반세기를 이어온 일본제철과의 '철의 동맹'에 마침표를 찍는다. 한국 철강산업의 초석을 다진 양사 간 역사적 협력이 지분 정리를 통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분관계 정리는 동맹 파기라기보다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각자의 생존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아름다운 이별'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한때 스승(일본제철)과 제자(포스코)로 시작했던 두 철강 거인이 이제 각자의 청사진을 들고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새 시대를 열게 된 셈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장 마감 후 보유 중이던 일본제철 지분 약 1.5%(1569만주)의 절반인 785만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이를 주택모기지론대출 통해 포스코홀딩스는 현금 약 238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매각은 지난해 9월 일본제철이 보유 중인 포스코홀딩스 지분 전량을 매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IB업계서는 포스코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지분 절반도 곧 블록딜로 처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상호 협의하에 진행된 지분 매각이며 양사 간 전략적 제 지하철8호선별내 휴 관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의 결별이 단순한 자산 매각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 시작에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 일본 정·재계 거물 세지마 류조 전 이토추상사 회장의 깊은 인연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 허허벌판에 종합제철소를 짓겠다는 박태준 회장의 꿈은 무모한 도전 1년 예금 이자 으로 여겨졌다. 대일 청구권 자금을 전용해야 했지만 일본 철강업계는 "한국은 시기상조"라며 기술 협력에 난색을 표했다. 이때 소설 '불모지대'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세지마 류조가 일본 총리와 일본제철의 전신인 야하타제철 등을 직접 설득하며 전면적인 기술 지원을 이끌어냈다.
일본제철의 도움으로 시작된 한국 철강산업은 이후 포스코가 독자 원금균등상환방식 기술을 개발하며 '청출어람' 신화를 썼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거대 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상호 지분을 보유하며 '철의 동맹'을 공식화했다.
두 기업은 1998년 포스코 민영화 당시 서로의 주식을 취득하며 첫 지분관계를 맺었다. 2006년 10월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포스코홀딩스가 일본제철 지분 대출상담사 사기 1.5%를, 일본제철이 포스코홀딩스 지분 3.42%를 취득했다.
하지만 2012년 일본제철이 제기한 전기강판 기술 유출 소송으로 굳건했던 양사 동맹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지분관계까지 정리되며 양사 '혈맹'의 시대는 끝나고 각자 무기로 승부하는 '각자도생' 세기가 열렸다는 평가다. 일본제철은 앞서 US스틸을 인수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포스코홀딩스 지분 전량을 약 1조1000억원에 처분했다.
반면 포스코는 '미래 소재 기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인화 회장 취임 이후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2차전지 소재(리튬·니켈)와 수소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 중이다.
[정지성 기자 / 나현준 기자]